<키스는 괜히 해서!> : 캐릭터 매력·로코 감성 돋보인 1~3화 리뷰

가끔은 이런 드라마가 필요하다.
복잡한 세상과 빠르게 소모되는 감정들 사이에서
잠시 쉴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작품.
SBS의 새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는
그런 의미에서 꽤 반갑게 다가온다.
처음 몇 분은 익숙하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수없이 반복된 구조와 장치들이
낯설지 않게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뻔함’이 지루함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왜일까?
■ 캐릭터가 살아 움직일 때, 서사는 숨을 쉰다
이 드라마는 자칫 유치하게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 보다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에게 집중한다.

― 공지혁(장기용)
완벽하지만 차갑다. 그것이 사람들이 보는 그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드라마를 통해 본 그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자신을 흔들어놓을 때
그걸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며,
그런 자신에 모습에 당황함을 내비치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 고다림(안은진)
취업이 잘 되지 않아 마음이 꺾이고 길이 막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족 문제가 몰아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했던 그녀.
그래서 지금은 ‘유부녀’라는 설정 뒤에
자신을 숨기고 버티는 중이다.
우연처럼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다시 마주한 공지혁.
그와의 키스가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이제 회사에서 매일 얼굴 보는 상황이 되어 버려
멘붕에 빠진 그녀는 이 상황이 언제 걸릴 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 이 드라마가 가진 세 가지의 ‘관전 포인트’
1) 첫 만남부터 감정을 흔들어 놓는 서사의 시작
로코에서 키스는 대개 어느 정도 인물간의 감정이 쌓인 뒤 등장한다.
물론 <키스는 괜히 해서!>와 같이 이를 이야기의 맨 앞에 두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사고로 인한 경우 말고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두 사람의 관계에
풀리지 않은 매듭 같은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매듭은 드라마 초반 동안
작은 떨림이 되어 이어진다.
2) 장기용과 안은진, 서로 다른 온도의 만남
두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아온 것은 같으나,
공지혁은 누구에게도 곁은 내주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되었고,
고다림은 매사 긍정적이었지만 끝내 꺾이고 현실에 순응해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는 사람이 되었다.
서로 다른 온도가 만나면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차이가 오히려 관계의 깊이를 만든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호흡,
시선이 머무는 순간의 시간차.
이 모든 것이 설렘으로 번진다.

3)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관계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키스를 괜히 해서!>를 보면 큰 이벤트가 있는 것은 아닌데도
둘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들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
– 지나가다가 살짝 스치듯 마주치는 눈
– 말은 차갑게 하는데, 행동은 그렇지 못하는 모습
– 괜히 길어지는 말
– 표정은 괜찮다고 하는데 미묘하게 신경 쓰는 느낌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둘이 은근히 서로 신경 쓰고 있네?”
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이렇듯 막 대놓고 보여 주는 알콩달콩한
로맨스 장면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 둘의 관계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잘 보여서
보는 사람도 편하게 몰입하게 된다.

<키스는 괜히 해서!>는
드라마의 힘이 꼭 새로운 서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익숙한 전개라도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만 있으면
오히려 익숙해서 좋은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하루를 버티고 돌아온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몰입할 수 있는 쉼표가 되어 준다.)
부담 없이 보기 좋고,
웃음이 절로 나는 로맨스가 보고 싶은 요즘,
이 작품은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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